유년 시절에 어린 걸음으로 한 시간쯤 걸어야 도착하는 큰 교회에 다녔습니다. 한여름 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릴 때에는 그곳까지 걸어가야 하는 것이 너무 싫어서 친구 집에 놀러가서 다슬기를 잡았던 적도 있습니다. 따가운 햇볕에 그을린 등껍질이 벗겨지는 바람에 들통이 나서 혼이 났던 기억, 헌금으로 주셨던 20원 중에 10원을 군것질하고 나머지만 냈던 기억, 어머니가 교회에 다녀오시면 성경책 가방을 먼저 열고 사탕이나 껌 등을 꺼내 먹던 기억들이 제 유년을 풍성하게 추억하도록 합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학생 수련회를 통해서 예수님을 마음에 영접했습니다. 죄악된 자신을 진심으로 회개하고 하나님을 위해 살겠다는 결심을 겁도 없이 했었습니다. 학교가 끝나고 집에 가기 전에 교통이 불편했던 교회에 들러 30분씩 기도하고, 찬양을 좋아해서 평생 찬양하는 삶을 살겠노라고 다짐했었습니다. 고등부, 대학부 시절을 학생회 부회장을 하면서 책임감에 마음이 무거웠던 적도 있었지만 하나님을 떠나서 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었습니다.
이른 결혼과 삶의 급격한 변화는 저를 오랫동안 혼란스럽게 했습니다. 겉으로의 나와 마음속의 내가 너무 달라 당황스러웠고 제 내면은 자꾸만 우울해져갔습니다. 마음속에 쌓여가는 분노와 우울을 해결하지 못한 채 교회에 나가 기도할 수 없어서 신앙생활을 중단했었고 어느새 제 삶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하나님’이 아닌 ‘자유’로 변했습니다. 자유로운 삶을 위해 노력하였고 세상이 주는 편리성과 단순함, 자극적인 기쁨들에 만족하였습니다. 그리스도인이 비그리스도인과 다를게 없다는 생각, 인간의 죽음에 하나님이 아무것도 하지 않으신다는 생각, 하나님의 계획과 섭리 보다는 인간에게 정해진 운명이나 숙명같은 것이 우리의 삶을 더 많이 좌우한다는 생각, 하나님이 한없이 불공평하신 분이라는 생각들로 심지어는 말로 하나님을 부정하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내 손을 결코 놓지 않으시는 그 분께서 제 마음에 갈급함을 주셨습니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하신 말씀을 붙잡고 내가 가진 문제를 하나님 뜻대로 해결하고 그 안에서 쉬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나님이 나의 의지가 되심을 깨달아 갔지만 교회를 선택하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나를 신앙으로 이끌어주셨던 어머니와 언니들에게 기도 부탁을 하고 6개월만에 응답의 결과로 동원교회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처음 교회에 오던 날부터 목사님께서 전하시는 말씀이 꿀처럼 달게 느껴졌고 감사의 기도를 할 수 있었습니다. 나를 위해 미리 예비하신 교회라는 확신과 함께 이제는 결코 다른 길을 가지 않겠다고 기도했습니다. 목사님으로부터 양육반 권유를 받았을 때 정말 기뻤습니다. 하나님이 나를 향해 계획하신 일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감사했습니다.
한 주 한 주 말씀을 읽고 교재를 공부하고 정해진 시간에 기도하려는 노력들을 통해서 내 마음의 기쁨과 감사가 커졌습니다. 양육반 모임을 기다리고 기대가 가득한 마음으로 과제를 하고 다른 집사님들과 나누는 교제가 즐겁습니다. 우울하고 어둡게 느껴졌던 일상의 일들에 희망이 생겼고 빛이 느껴졌습니다. 힘들었던 시기에 가장 두려웠던 것은 새아침이 오는 것이었는데 지금은 그 아침을 기쁨과 희망으로 맞습니다. 양육반 공부를 통해 갖게 된 가장 큰 변화입니다.
지금은 제게 문제가 발생했을 때 기도와 말씀으로 해결하고자 노력 합니다. 한없이 늪으로 빠져들기만 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하나님이 해결해 주실 것이라고 믿습니다. 양육반 훈련을 통해 제가 얻은 것은 평안입니다.
하지만 엄밀히 제가 가진 문제-마음의 분노와 우울-가 다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어찌 보면 믿음 안에서 평생 동안 해결해야 할 과제인지도 모릅니다. 신앙적으로 정립하지 못한 많은 부분이 많습니다. 그리스도인의 삶의 형태와 죽음에 관한 문제, 마음의 분노를 다스리는 문제, 세상에서 주어진 일과 역할에 대한 가치의 문제(도대체 어느 만큼 노력해야 하는지... 어느 만큼 무시해도 되는지...), 재물과 명예와 권세에 관한 문제, 삶의 사소한 것들 간의 조화에 관한 문제(가정생활과 믿음생활, 신앙에 대한 가족간의 의견차이)들은 아직 명확한 결론과 확신이 없습니다.
앞으로 남은 훈련의 과정을 통해서 이것들을 해결해 보고 싶습니다. 흔히들 사춘기 시절에 자신의 가치관을 확립한다고 하는데 저는 신앙적으로 미숙하여 이제야 가치 확립을 위해 노력합니다. 오랫동안 영혼을 위해 노력하지 않았던 탓이지요. 제대로 된 방법을 찾을 수만 있다면 언제하든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생의 문제를 해결하는 답을 알아가는 것은 통쾌한 일입니다. 답을 아는 문제를 푸는 것은 심지어 즐겁기까지 합니다. 남은 공부를 열심히 마치고 하나님이 원하시는 삶의 방식에 접근해 가고자 합니다. 인생이 고난의 연속이라고 말하는 대신 인생이 기쁘고 감사한 것이라는 것을 제 삶을 통해 증거하고 싶습니다.
혼자하는 것보다 마음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삶을 공유하고 지혜를 알아가고 은혜를 나누는 일은 참 즐겁습니다. 언제나 열정이 넘치시고 순수하신 공정모 집사님, 차분한 가운데 늘 은혜 충만하신 김은희 집사님, 마음이 너무 맑고 깨끗하신 김성순 권사님, 늘 챙겨주시고 귀한 깨달음을 주시는 김귀분 권사님, 동원교회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통틀어 큰 기둥이 될 정선자매, 온유하신 최태자 권사님, 신앙의 언니 같은 느낌의 이희영 집사님, 따스하고 사려 깊은 이명옥 집사님, 언제나 최대한 성의를 보여주시며 열심이신 박대근 집사님 그리고 누구보다도 말씀과 기도로 제 영혼을 좋은 곳으로 이끌어주시는 참 좋으신 목사님께 감사합니다. 함께 공부하는 내내 간증으로 은혜를 주셨고 믿음의 본보기가 되어주셨습니다. 앞으로의 공부에도 함께 하면서 많이 배우고 기쁨을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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